고쳐야 할 말 습관

일반적으로 엔지니어들이 타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표현에 서툴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업계에 오랫동안 종사하면서 사람들이 말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건대, 말하는 습관을 잘못 들여 불필요하게 신뢰(특히, 고객사 직원들의 신뢰)를 잃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 늦은 시간까지 고생해가며 전문가로서 역량을 쏟아부어 작업한 결과물에 대해 주간보고 같은 회의 시간에 이야기하는데, 순전히 본인의 잘못 길들여진 말습관 때문에 듣는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이다.

몇 가지 전형적인 예시를 들겠다. 여러분 자신이 여기에 해당한다면 진지하게 고민해볼 것을 권장한다. 내가 어떤 습관으로 말하는지 알아야 고칠 수 있을 것이다.

  1. ‘이제’ 타령
    준비된 원고를 읽는 게 아닌 다음에야 말과 말 사이를 로봇처럼 끊김없이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음’, ‘이제’, ‘그래서’, ‘좀’, ‘뭐랄까’, ‘약간’, ‘그 뭐냐’, ‘일단은’ 이런 말들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듣기가 싫어진다. 나도 가끔 부지불식 중에 섞어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의식적으로 그 횟수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2. ‘~라고 보시면 됩니다’
    영어의 ‘can be thought of as’를 번역한 듯한 이런 말은 공무원들이 애용하는 어투다. ‘보시면 된다’, ‘볼 수 있다’는 말 자체는 문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이런 식으로 문장이 계속 종결되면 ‘그렇게 보든 말든 그건 당신 마음이고 설사 그게 아니더라도 나는 모르겠다’는 무책임한 뉘앙스를 풍긴다. 특히, 시스템 아키텍처나 개발 프레임워크를 설명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면 확신이 부족한 것처럼 들린다.

  3. 문장이 한없이 이어진다
    어떤 말을 시작하면 ‘~는데, ~는데…’, ‘~하고요, ~도 있고요, 그런데…’, ‘~이고 그래서 ~이고 그래서’ 식으로 문장이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사람들이 많다. 결국 듣는 사람은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고 지레 지친다.

  4. ‘부분’, ‘측면’
    ‘부분’은 내가 정말 싫어하는 애매모호한 단어다. TV에서 고위급 공직자(예: 대통령실 대변인, 장관 등)들이 기자 회견을 하는 모습을 잘 보면 이 ‘부분’이라는 단어가 상당히 자주 쓰인다. 이 또한 일종의 책임 회피를 위한 연막탄인데, 객관적인 사실과 데이터에 근거하여 말하는 엔지니어가 이런 흐리멍덩한 말을 쓸 이유가 없다.

  5. 지나친 추임새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있음을 알려주려는 추임새(‘아, 네’, ‘그렇죠’, ‘맞습니다’ 등)도 지나치면 외려 상대에게 그만 말하라는 위압감을 줄 수 있다.

이제 IT 업계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분들이라면 이 정도만 조심해도 다른 사람들과 꽤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이다.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 사이트는 Akismet을 사용하여 스팸을 줄입니다. 댓글 데이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세요.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