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서버

지금 이 홈페이지는 내 개인 서버를 이용하여 서비스하고 있다. 서버라고 하면 뭔가 거창한 느낌이지만, 그 실체는 10여 년 전 중고로 사들인 낡은 미니 PC(아래 사진)다.

(출처 : hp.com)


원래 Windows PC로 출시된 이 제품에 처음에는 Ubuntu를 설치했다가 나중에 CentOS로 전환해서 지금은 9 버전을 사용하고 있다. (역시 서버 용도로는 CentOS가 낫다)

개인 서버를 갖고야 말겠다는 열망은 피끓던 20대 아마추어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정작 그 시절엔 그냥 엄청나게 빠른 CPU가 주렁주렁 달려 있고 드넓은 메모리 밭이 펼쳐진 하드웨어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하드웨어를 움직일 소프트웨어, 그 중에서도 운영체제를 정확하게, 세심하게 다룰 줄 모르면 누군지도 모르는 해커가 심어놓은 랜섬웨어에 감염되거나, 코어 파일이 날아가 복구 모드로도 부팅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면 애써 모아놓은 소중한 데이터가 한순간에 사라진다는 사실을 지난 30년 동안의 경험으로 깨달았다.


이제는 우리집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 문지기(라우터)부터 시작해 architeer.pe.kr 도메인이 세팅된 저 작은 서버와 클라우드, NAS에 이르기까지 모든 내 스킬이 구현된 체계가 갖추어져 있다. 귀엽게만 보이는 저 서버에는 네임 서버(DNS)를 제외한 거의 모든 미들웨어, DB, 그밖의 각종 개발 도구가 촘촘히 설치되어 있는데, 사실 이것은 내 직업이기 전에 평생을 걸쳐 이어져온 중요한 취미 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축구 좋아하는 사람이 일요일 아침마다 조기 축구회 빠지지 않는 것처럼)

검은 화면(셸)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몇 시간이고 서버와 씨름하고 있는 나를 보며 딸들이 ‘아빠 되게 재미없는 거 하고 있다고’ 말할 때면 나도 내가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게 어쩔 수 없는 나의 인생이요, 즐거움인 것을 어쩌겠는가.

홈페이지를 다시 열며

나만의 고전적인 개인 홈페이지를 다시 열기로 한 건 어쩌면 이제 내 인생이 지나간 날들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훨씬 적기 때문일이다. 그간 만들었다 뭉개고 열었다 다시 닫고, 나의 결벽주의 습성 탓에 제대로 가꿔보지도 못하고 폐기한 홈페이지 소스가 내 드롭박스에 잔뜩 쌓여있는데… 이제 그만 부질없는 욕심은 내려놓고 소소한 나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아카이브처럼 운영하고자 한다. 마치 서버가 남기는 한 줄의 로그 파일(life.log)처럼…

돌아보건대, 젊은 시절에는 내 자존감이 너무 강해서, 그리고 웹 개발자로서의 직업 의식이 지나친 나머지 완벽하게 세련된 웹사이트를 구축하겠다고 다짐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 나는 이 홈페이지를 방문한 누군가에게, 특히 가장 꾸준히 방문할 가능성이 제일 높을 내 가족들에게 아주 작은 의미가 되고자 할 뿐이다. 이 거대하다고 표현하기에도 너무나 부족한 우주에서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 동안 존재한 한 사람이 살아남아 다음 세대를 이어갈 소수의 사람들에게 하나의 의미로 남는다면 내 인생도 충분히 괜찮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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