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힘이 되는 글

나이가 들면서
눈이 침침한 것은
필요 없는 작은 것은 보지 말고
필요한 큰 것만 보라는 것이며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은,
필요 없는 작은 말은 듣지 말고,
필요한 큰 말만 들으라는 것이고

이가 시린 것은,
연한 음식만 먹고 소화불량 없게 하려 함이고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것은,
매사에 조심하고 멀리 가지 말라는 것이지요.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은,
멀리 있어도 나이 든 사람인 것을 알아보게 하기 위한 조물주의 배려랍니다.

정신이 깜박거리는 것은,
살아온 세월을 다 기억하지 말라는 것이니

지나온 세월을 다 기억하면 아마도 머리가 핑 할 터이니
좋은 기억, 아름다운 추억만 기억할 터이고,

바람처럼 다가오는 시간을
선물처럼 받아들여,
가끔 힘들면 한숨 한 번 쉬고 하늘을 볼 것이라
멈추면 보이는 것이 참 많소이다.

정약용 ‘목민심서(牧民心書)’ 중에서

나는 30대 중반부터 예기치 않은 병에 걸렸고 40대부터는 정기적으로 병원을 오가는 신세가 되었다. 생로병사(生老病死)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막상 늙어 병이 드는 ‘로병(老病)’의 단계를 경험하면 비로소 ‘사(死)’에 대해 생각이 깊어지게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위에 인용한 ‘목민심서’의 한 대목을 떠올린다.

얼마나 멋있는 글인가! 하나뿐인 내 육체가 점점 망가지고 고장나고 있지만, 내게 주어진 남은 시간을 선물처럼 받아들여 긍정적으로 살아가라는 다산의 말씀은 늘 내게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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