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이일웅에는 ‘ㅇ’이 4개나 들어있고 모두 모음으로 이루어져 있어 발음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매우 특이하게도 일웅의 웅이 ‘곰 웅(熊)’자다. 이름에 ‘웅’자가 들어간 사람 중 99%는 ‘수컷 웅(雄)’자라고 하는데, 나는 그 1%의 예외에 속하는 셈이다.
어렸을 때부터 이.일.웅.이라고 아무리 또박또박 발음해도 ‘이이룽’에 가깝게 들리는 것은 자음동화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지금까지 내 이름을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이일용’으로 적은 사람이 족히 수백 명은 될 것 같다. 이 아재 캐릭터가 너무 유명한 탓이겠지만…

자신의 이름을 구글에서 검색해본 적 있는가? 나의 경우에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동명이인 배우님이 워낙 유명하신 분이라 나는 도저히 끼어들 자리가 없다.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그러니까 1982년 3월, 여자 담임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시는데, ‘이일태’라고 부르셔서 대답이 없으니까 주변에서 어머니가 ‘일웅’이라고 정정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한자를 배우고 나니 ‘태(態)’자와 ‘웅(熊)’자가 비슷하게 생겨서 헷갈리신 것이었다. 그렇다, 곰은 ‘마음’이 아닌 ‘네 발’ 달린 동물이 맞다!
어쨌거나, 아버지가 특이한 한자(熊)로 이름을 지어주신 덕분에, 중학교 3년 내내 내 별명은 ‘곰’이었다. 지금은 내 작은 딸이 ‘선베어(sun bear)’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고보니 일광욕을 즐기는 북극곰이 등장하는 코카콜라 광고 한 장면이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이름을 바꾸는 절차가 많이 간편해졌다고 하지만…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니 무덤까지 갖고 가련다.
